AI 기술이 점점 더 고도화되며 인간의 판단을 대체하고 있지만, 동시에 편향성(Bias) 문제는 더욱 뚜렷하게 드러나고 있습니다. 데이터에 숨어 있는 사회적 편견, 알고리즘 설계자의 무의식적 의도는 AI 시스템에 그대로 반영되어, 차별적 결과를 낳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러한 현상은 단순한 기술 오류가 아니라, 우리가 기술을 바라보는 철학적 기반의 부재에서 비롯된 결과일 수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동양 철학, 특히 노자의 무위자연 사상이 AI 편향성 문제에 어떤 통찰을 줄 수 있는지 탐색해보겠습니다.
AI 편향의 본질과 구조
AI 편향이란, 인공지능이 특정 그룹이나 가치에 불리하게 작용하는 현상을 말합니다. 대표적으로 채용 AI가 여성보다 남성을 선호하거나, 얼굴 인식 시스템이 특정 인종을 오인식하는 사례가 있습니다. 이는 단순히 잘못된 알고리즘 때문이 아니라, AI가 학습하는 데이터가 이미 사회의 불평등과 편견을 반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즉, AI는 인간 사회의 거울과도 같습니다. 우리가 어떤 데이터로 어떤 기준을 제시하느냐에 따라, 그 결과는 매우 달라집니다. 문제는 많은 경우 이러한 편향이 ‘기술적으로 중립적인 결과’처럼 포장된다는 데 있습니다. 사람들이 ‘기계는 공정하다’는 착각에 빠지는 순간, AI는 오히려 사회적 차별을 더욱 공고히 하는 도구가 됩니다. 이러한 현상의 근본적인 원인은 기술 중심의 사고방식, 그리고 성과와 효율만을 중시하는 설계 철학입니다. 윤리적 균형, 철학적 통찰이 결여된 상태에서 만들어진 기술은 필연적으로 어느 한쪽에 유리하게 작동하게 됩니다. 따라서 AI의 편향 문제는 기술만으로 해결될 수 없으며, 그 밑바탕에 깔린 철학을 다시 설계할 필요가 있습니다.
노자의 철학이 말하는 ‘비편향’의 태도
노자의 『도덕경』에는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성인은 무상심(無常心)이니, 백성의 마음을 마음 삼는다.” 이는 곧 ‘성인은 자신의 고정된 의도를 갖지 않고, 백성(사람들)의 입장을 있는 그대로 반영한다’는 의미입니다. 노자의 사상은 철저히 고정된 가치나 관점을 지양하고, 자연스럽게 흐르는 대로,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태도를 강조합니다. ‘무위(無爲)’란 곧 억지로 무엇을 하지 않고, 자연과 존재의 본질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방식입니다. 이 철학을 AI 설계에 적용한다면, 우리는 기술이 특정 집단의 이익을 위해 ‘편리하게 설계되는 것’을 경계해야 하며, 오히려 최소한의 개입을 통해 모든 존재가 조화를 이루는 방향을 지향해야 함을 알 수 있습니다. 이는 곧, 데이터를 정제하고 분석하는 과정에서도 편향된 시각을 제거하고, 다양한 관점을 포용하는 설계 철학이 필요하다는 뜻입니다.
무위자연의 적용: AI 편향을 줄이는 설계 전략
노자의 무위자연 철학은 AI 편향 문제에 대해 실질적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다음과 같은 설계 전략을 도입할 수 있습니다. 1. 다양성을 반영한 데이터 구성 - AI 학습용 데이터에 다양한 인종, 성별, 언어, 문화가 골고루 반영되어야 합니다. 이는 무위자연의 ‘있는 그대로 수용하는 태도’와 직결됩니다. 2. 중립적 알고리즘 설계 원칙 - 노자의 철학처럼 ‘고정된 중심’ 없이 주변의 흐름에 따라 판단하는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알고리즘이 사용자 데이터를 분석할 때, 개인의 특성과 맥락을 존중하면서도 판단 기준을 고정하지 않도록 설계해야 합니다. 3. 설명 가능한 AI와 투명성 강화 - 결과를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고, ‘왜 그런 결과가 나왔는지’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는 노자의 ‘비고집적 사고’와 연결되며, AI가 스스로를 절대화하지 않고,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는 구조를 의미합니다. 4. 인간 중심의 피드백 루프 설계 - 기술이 잘못된 판단을 했을 때, 인간이 이를 되돌리거나 수정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추어야 합니다. 무위자연은 인간이 모든 것을 통제하려는 것이 아니라, 흐름 속에서 문제를 감지하고 조정하는 태도를 중시합니다.
AI 편향 문제는 더 이상 기술자들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이것은 우리 사회가 어떤 가치를 추구할 것인지, 그리고 기술이 그 가치를 어떻게 구현할 것인지에 대한 깊은 철학적 질문입니다. 노자의 무위자연은 ‘모든 개입을 줄이고, 자연의 흐름을 따르라’고 말합니다. 이 철학은 기술 설계에서 중립성, 다양성, 자율성을 중시하는 원칙으로 바뀌어, 오늘날 AI의 방향성을 새롭게 정의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기술을 ‘고성능’보다 ‘조화’의 기준으로 바라봐야 하며, 인간과 기술이 공존하는 방식을 설계해야 합니다. 편향 없는 AI를 위한 첫걸음은, 바로 철학에서 출발하는 설계 철학의 전환일지도 모릅니다. 노자의 지혜는 지금의 AI 시대에 더욱 빛을 발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