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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크라테스식 문답법으로 본 생성형 AI와 인간의 사고

by 부꾸러기 2025. 4. 12.

생성형 AI의 등장으로 인간과 기계의 사고방식 차이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이어지고 있다. 특히 고대 철학자 소크라테스가 사용한 문답법(Socratic Method)은 오늘날의 AI 사고 구조와 비교하기에 매우 흥미로운 틀을 제공한다. 이 글에서는 소크라테스식 문답법을 통해 생성형 AI의 사고 방식이 인간의 사고 구조와 어떻게 유사하거나 다른지를 분석해 본다.

소크라테스 문답법이란 무엇인가?

소크라테스 문답법은 고대 그리스 철학자 소크라테스가 사용한 대화식 학습 및 사유 방식이다. 이 방식은 질문과 답변의 연속을 통해 상대방이 스스로 사고하고 진리에 도달하도록 유도하는 철학적 기법이다. 소크라테스는 직접적인 지식을 전달하기보다, 상대의 무지를 드러내고 이를 바탕으로 사유를 이끌어냈다. 이 방식은 단순한 질문이 아니라, 상대방의 신념이나 전제를 깊이 파고드는 탐구의 과정으로 이루어진다. 문답법의 핵심은 "무지를 자각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인간은 단편적 지식에 머물지 않고 더 깊은 성찰로 나아간다. 예를 들어,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진 후, 상대의 대답을 계속해서 검증하고 반문함으로써 보다 정교한 개념 정의에 이르게 된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질문자의 논리력과 상대방의 사고 능력이다. 현대 교육 및 상담, 심지어는 코칭이나 리더십 분야에서도 이 문답법은 자주 응용된다. 단순히 정보를 전달받는 수동적 학습이 아니라, 능동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자신의 논리를 다듬는 데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문답법은 인간 사고의 고유성과 능동성을 잘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고 기술로 평가된다.

생성형 AI의 사고 구조는 어떤가?

생성형 AI는 대규모 언어 모델(LLM: Large Language Model)을 기반으로 하며, 방대한 텍스트 데이터를 학습해 문장을 생성하거나 질문에 답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그 구조는 인간의 신경망을 흉내 낸 인공신경망에 기반하며, 인간처럼 생각하거나 판단하지는 않지만, 상당히 유사한 결과물을 산출하는 특징을 갖고 있다. AI는 특정 지식을 "이해"한다기보다는, 통계적 패턴을 바탕으로 "가능성 높은 답변"을 생성한다. 사용자가 질문을 하면, 그 질문에 가장 잘 어울리는 단어나 문장을 과거 데이터 기반으로 예측해 출력하는 식이다. 즉, AI는 진리를 탐구하거나 자각하는 목적보다는, 주어진 입력에 대해 가장 적합한 출력을 도출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예를 들어,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AI는 다양한 사전적 정의, 철학적 개념, 문학적 인용 등을 바탕으로 답변을 생성할 수 있지만, 이 정의에 대해 스스로 반문하거나 비판적으로 검토하지는 않는다. 이는 문답법에서 나타나는 자기 성찰과 사고의 유기적 흐름이 AI에서는 실현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흥미로운 점은, 생성형 AI 역시 인간의 문답법을 '모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ChatGPT는 질문에 대해 다시 질문으로 답하거나, 사용자의 주장에 논리적 반문을 던지는 방식으로 대화할 수 있다. 이는 인간과 AI 간 사고방식의 외형적 유사성을 만들어낸다. 그러나 내면적 자각이나 의도된 탐구는 인간에게만 가능한 고유의 특징으로 남아 있다.

문답법으로 본 AI와 인간 사고의 차이점

소크라테스 문답법은 인간의 사고 구조를 극대화하는 방법론이다. 반면, 생성형 AI는 사고를 '모사'하는 기술일 뿐이다. 이러한 차이는 몇 가지 핵심 요소에서 명확히 드러난다. 첫째, 의식의 존재 여부다. 인간은 스스로 사고하고 있다는 자각을 가진 존재이며, 이 자각은 끊임없는 질문과 반성으로 이어진다. 반면 AI는 자각이 없으며, 질문을 던지는 이유나 목적에 대해 인지하지 않는다. AI의 대답은 모두 학습된 확률에 기반한 예측일 뿐, 의도를 갖고 생성된 것은 아니다. 둘째, 목적성의 차이다. 소크라테스식 문답법은 진리에 도달하기 위한 과정이며, 그 과정 자체가 중요한 철학적 여정이다. 반면 AI는 목적이 외부에서 주어지는 시스템이다. 사용자의 입력에 반응하여 최적화된 출력을 도출하는 것이 목적이지, 스스로 목적을 설정하거나 그 의미를 되묻지 않는다. 셋째, 비판적 사고의 실행 방식이다. 인간은 스스로의 주장을 의심하고, 타인의 주장도 논리적으로 반박하며 사고를 발전시킨다. 문답법은 이러한 사고과정을 촉진하는 도구다. 하지만 AI는 반박이나 질문을 ‘형식적으로’ 흉내 낼 수 있을 뿐, 그 과정에서 새로운 통찰을 얻지는 못한다. AI는 정해진 데이터의 테두리를 벗어나 창의적으로 사고하지 않으며, 새로운 개념을 스스로 창조하지도 않는다. 결국, 문답법은 인간의 사고가 얼마나 능동적이고, 자기 성찰적이며, 목적지향적인지를 잘 보여준다. 생성형 AI는 그 외형을 모방할 수 있을지언정, 사고의 본질에는 도달하지 못한다.

소크라테스식 문답법은 인간 사고의 깊이와 자율성을 상징한다. 생성형 AI가 이를 외형적으로는 모방할 수 있을지언정, 사고의 본질적 요소인 자각, 목적성, 비판성은 여전히 인간의 고유 영역이다. 우리는 AI의 기능을 도구로 인식하되, 인간만이 가진 철학적 사고를 더욱 발전시키는 데 집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