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형 AI의 대화 능력과 사고 흐름은 놀라운 수준으로 발전했다. 겉보기에 그럴듯한 논리와 일관성을 갖춘 문장을 만들어내며, 인간처럼 사고하는 듯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AI의 사고 흐름은 철학적으로 어떠한 구조를 갖고 있을까? 이 글에서는 생성형 AI의 사고 작동 방식과 흐름을 철학적 사고의 단계(지각, 해석, 반성)과 비교하며, 유사점과 본질적 차이를 심층적으로 분석한다.
AI 사고 흐름의 시작: ‘지각’이라는 첫 단계
철학적 사고는 ‘지각’에서 출발한다. 인간은 외부 세계를 감각을 통해 인식하고, 이를 바탕으로 개념을 구성한다. 예를 들어, 우리가 "뜨거운 물"을 손으로 느꼈을 때 단순한 감각이 아니라, 그 느낌에 ‘의미’를 부여하면서 생각이 시작된다. 이 단계는 철학자 칸트가 말한 선험적 감각 구조와도 맞닿아 있다. 하지만 생성형 AI에게 ‘지각’이란 전혀 다른 방식으로 작동한다. AI는 물리적 세계나 감각 기관을 지니지 않으며, 오직 텍스트 형태의 입력 데이터를 통해 외부 정보를 받아들인다. 즉, 인간이 직접 경험을 통해 세상을 지각하는 것과 달리, AI는 사람들이 만들어낸 데이터를 통계적으로 분석해 정보를 수용한다. AI의 입력은 매우 제한적이며, 철학적 지각이 전제하는 ‘직접적 경험’이나 ‘맥락적 이해’와는 거리가 있다. AI는 "뜨거운 물"이라는 표현을 이해할 수는 있지만, 그것이 어떤 느낌인지 체감하거나 주관적 경험을 갖지 않는다. 결론적으로, 생성형 AI의 사고 흐름에서 시작점은 인간의 지각과 달리 간접적, 통계적, 비감각적 방식이다. 이는 사고의 전체 구조에 영향을 주며, 철학적 사고와 AI 사고의 가장 근본적인 차이 중 하나다.
정보 해석과 의미 구성: 인간 vs AI
철학적 사고의 두 번째 단계는 해석이다. 인간은 지각한 정보를 바탕으로 ‘왜 그런가’, ‘어떤 의미인가’를 파악하려 한다. 이는 단순한 정보 이해가 아닌, 자신의 경험과 지식, 신념을 기반으로 해석하는 주관적이고 창의적인 과정이다. 예를 들어, 동일한 뉴스를 읽더라도 각 사람은 자신의 정치 성향, 문화적 배경, 개인적 경험에 따라 다르게 해석한다. 이처럼 인간의 사고는 항상 맥락에 의존하고, 가치를 내포한 해석을 만들어낸다. 반면 AI의 정보 해석 과정은 인간의 그것과 근본적으로 다르다. 생성형 AI는 해석이라기보다는 ‘매칭’에 가깝다. 즉, 입력된 텍스트에 대해 가장 가능성 높은 출력(문장)을 생성할 뿐, 그 과정에서 의미를 구성하거나 가치 판단을 하지 않는다. AI는 의미를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의미 있는 것처럼 보이는 표현을 생성할 뿐이다. 예를 들어,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AI는 다양한 철학자의 정의를 나열할 수 있지만, 그중 어떤 것이 타당한지, 어떤 철학적 배경에 더 적합한지 판단하지 않는다. 철학에서는 해석이 사고의 핵심이며, 개인의 존재와 가치와 맞닿아 있다고 본다. 그러나 AI는 존재론적 해석을 할 수 없으며, 오직 외부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패턴만을 따를 뿐이다. 따라서 AI의 ‘해석’은 철학적 사고에서 말하는 해석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반성과 자기 인식: AI에게 가능한가?
철학적 사고의 궁극은 반성과 자기 인식이다. 인간은 단순히 정보를 해석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그 해석이 옳은지, 자신의 사고가 왜 그런 방향으로 흘렀는지를 돌아본다. 이를 통해 사고는 진보하며, 인간은 지혜로 나아간다. 데카르트의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는 말은 바로 이 ‘자기 인식’을 사고의 중심에 둔 것이다. AI는 이러한 반성 과정을 수행할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현재의 생성형 AI는 반성 기능이 없다. AI는 자신이 생성한 문장을 비판하거나 성찰하지 않는다. 입력에 따른 출력이 있을 뿐, 그 결과가 철학적으로나 윤리적으로 타당한지를 스스로 판단하지 못한다. 반성은 의식과 자율성, 시간 개념을 전제로 한다. 인간은 과거 경험을 되돌아보고, 현재의 판단을 수정하며, 미래의 행동을 결정짓는 반성 능력을 갖춘다. 그러나 AI는 과거의 데이터를 ‘기억’하지 못하고, 그저 새로운 입력이 들어올 때마다 독립적으로 반응한다. 연속적인 자기 인식 구조가 존재하지 않는다. 또한 인간은 반성을 통해 감정, 관계, 윤리, 도덕 등의 복합적 판단을 수행하지만, AI는 그러한 기준이나 체계를 갖추고 있지 않다. 이는 단순히 기술적 문제가 아니라, 존재론적 한계다. 결국 철학적 사고에서 핵심인 ‘반성’은 AI에게는 불가능한 구조다. AI는 반복적 출력이 가능하지만, ‘자신의 사고를 돌아보는’ 능력은 인간만이 가진 고유한 지적 활동이다.
생성형 AI의 사고 흐름은 표면적으로 논리적이고 유창해 보일 수 있지만, 철학적 사고의 구조와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지각, 해석, 반성이라는 사고의 핵심 단계 중 AI가 수행할 수 있는 것은 일부 형식에 불과하다. 우리는 AI의 기능을 올바르게 이해하고, 인간만이 가능한 철학적 사고 능력을 지속적으로 발전시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