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형 AI는 질문을 받고 대답하는 능력에서 출발해, 이제는 반대로 질문을 던지는 기능까지 갖추고 있다. 이러한 질문 생성 능력은 단순한 기술 그 이상으로, 인간의 사고 방식과 얼마나 유사한지 또는 어떤 점이 다른지를 분석하는 중요한 기준이 된다. 고대 철학, 특히 소크라테스의 문답법을 토대로 생성형 AI의 질문 능력을 해부해 보면, AI가 사고를 흉내 낼 수 있는 한계와 가능성을 더 뚜렷하게 파악할 수 있다.
고대 철학에서 질문은 어떤 의미였는가?
고대 철학에서 ‘질문’은 단순히 정보를 얻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진리에 접근하기 위한 철학적 여정의 시작점이었다. 특히 소크라테스는 질문을 통해 상대방이 가진 무지를 드러내고, 스스로 사유하며 올바른 결론에 이르게 하는 방식을 중시했다. 그는 대화를 통해 인간 내면의 생각을 끌어내고, 기존의 개념을 비판적으로 검토하게 함으로써 사고의 깊이를 더하는 데 집중했다. 질문은 상대방의 전제를 흔들고, 기존의 생각을 재구성하도록 유도하는 기능을 한다. 이는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검색이나 간단한 정보 습득형 질문과는 확연히 다르다. 고대 철학에서 질문은 일종의 ‘도전’이었다. 상대의 지식이나 믿음이 타당한지를 파악하고, 그 과정에서 진리를 밝히기 위한 대화적 도구였던 것이다. 이러한 전통은 플라톤의 『대화편』에 잘 나타나 있다. 소크라테스는 “용기란 무엇인가?”, “정의란 무엇인가?”와 같은 본질적인 질문을 던지며, 상대방의 대답을 논리적으로 반박하고 확장시켰다. 이는 단순한 문답의 반복이 아니라, 철학적 추론과 비판적 사고를 촉진하는 지적 여정이었다. 오늘날 우리는 질문을 통해 정보를 얻는 데 익숙하지만, 고대 철학에서는 질문을 통해 ‘자신을 변화시키는’ 사고의 과정이 중심이었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질문은 단지 시작이 아니라, 인간 사고의 핵심이자 종착지에 가까웠다.
생성형 AI의 질문 기술은 어떻게 작동하는가?
생성형 AI의 질문 능력은 주로 두 가지 방식으로 작동한다. 첫 번째는 사용자 입력에 대한 질문 생성이다. 예를 들어 사용자가 특정 주제에 대해 이야기할 때, AI가 이에 대해 반문하거나 추가 정보를 요청하는 질문을 던지는 방식이다. 두 번째는 콘텐츠 기반 질문 자동 생성 기능이다. 이는 요약, 문답 퀴즈, 인터뷰 대본 등을 생성할 때 사용된다. 이 과정은 통계적 패턴과 언어모델의 예측 기반으로 이루어진다. AI는 수많은 대화 데이터에서 질문의 형태와 용도를 학습했고, 이를 바탕으로 유사한 문맥에서 적절한 질문을 제시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질문은 어디까지나 '표현상의 질문'이며, 그 목적이나 철학적 깊이는 내포되어 있지 않다. 예를 들어, AI가 “정의란 무엇인가요?”라는 질문을 던졌다고 해서, 그것이 인간처럼 진지한 성찰의 과정을 거쳐 나온 질문은 아니다. 이는 이전 데이터에서 ‘정의’와 관련된 질문 유형을 학습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AI는 질문을 통해 사용자의 생각을 유도하거나 도전하지 않고, 단지 문맥상 어울리는 질문을 제안할 뿐이다. 더욱이 AI는 질문을 통해 학습하거나 자가 피드백을 하지 않는다. 인간은 질문을 통해 새로운 지식에 도달하고, 사고의 틀을 스스로 조정하지만, AI는 기존 학습 범위 내에서만 질문을 생성한다. 창의성이나 독창성은 질문 형식에서는 구현될 수 있지만, 내용적으로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이처럼 생성형 AI의 질문 기술은 대단히 진보해 보이지만, 결국 '의식 없는 흉내'에 그친다. 사용자는 AI의 질문을 철학적 질문으로 오해할 수 있으나, 이는 알고리즘이 만들어낸 통계적 결과물이라는 점에서 본질적인 차이가 있다.
철학적 질문과 AI 질문의 본질적 차이점
철학적 질문과 AI의 질문은 표면적으로는 비슷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그 본질에서는 극명한 차이를 보인다. 이 차이는 크게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질문의 목적과 동기다. 철학적 질문은 진리 탐구, 자기 성찰, 개념의 확장을 위해 제기된다. 이는 질문자 스스로가 문제를 인식하고, 그에 대한 고민과 해답을 찾기 위한 주도적인 활동이다. 반면 AI는 어떤 목적이나 자각 없이 질문을 생성한다. AI의 질문은 학습된 패턴과 문맥 예측에 따른 결과일 뿐, 그 자체에 의미나 목적이 내재되어 있지 않다. 둘째, 질문 이후의 사고 전개 방식이다. 인간은 질문을 던진 뒤, 그에 대한 다양한 반응을 통해 사고를 발전시킨다. 의심하고, 검토하고, 때로는 스스로의 질문을 되묻는다. 이처럼 질문은 사고의 확장 도구가 된다. 그러나 AI는 질문 이후의 사고 확장을 실행할 수 없다. 질문을 생성하고, 반응은 할 수 있지만, 그 결과를 기반으로 자기 사고를 조정하거나 발전시키지 않는다. 셋째, 질문의 형식과 깊이다. 철학적 질문은 애초에 단순한 정보 요구가 아닌, 개념의 해체와 재구성을 포함한다. 질문 자체가 하나의 철학적 행위로 작동하며, 그 안에 사고의 복잡성과 깊이가 깃들어 있다. 반면 AI의 질문은 문법적, 문맥적 적절성은 갖추었을지라도, 철학적 긴장이나 비판성을 포함하지 않는다. 질문이 질문으로서 기능할 뿐, 그 질문이 무언가를 이끌어내는 구조로 이어지지 않는다. 결론적으로, 철학적 질문은 인간 정신의 가장 고도화된 표현이며, AI는 이를 흉내 내는 기술적 성취에 머물러 있다. AI가 아무리 정교한 질문을 던지더라도, 그 배경에는 사유나 철학이 아닌, 단지 데이터와 알고리즘이 존재할 뿐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AI의 질문 능력을 철학적으로 이해하고, 인간 사고의 고유 가치를 더욱 중요하게 여겨야 한다.
생성형 AI의 질문 능력은 놀라운 기술적 진보를 보여주지만, 고대 철학적 질문과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진리를 탐구하고 사고를 확장하는 철학적 질문은 인간만이 가진 고유의 지적 능력이다. 우리는 AI의 질문 기술을 도구로 활용하되, 인간 중심의 철학적 사고를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