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 미디어의 알고리즘은 사용자의 관심을 끊임없이 자극하며 중독성을 유발합니다. 이러한 현상을 정신분석학적 관점에서 바라보면, 자크 라캉의 욕망 이론을 통해 깊이 있는 이해가 가능합니다. 이 글에서는 라캉의 욕망 구조를 바탕으로 SNS 알고리즘 중독의 근원을 분석하고, 우리가 왜 SNS에 계속해서 머무르게 되는지를 철학적으로 탐색합니다.
라캉의 욕망 이론이란?
라캉은 인간의 욕망이 단순한 충동이나 본능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라, 타자와의 관계 속에서 구성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욕망을 '결핍의 표지'로 보았으며, 인간은 무언가를 끊임없이 갈망하지만 그것이 정확히 무엇인지 알지 못한 채 살아간다고 보았습니다. 이때 타자의 시선과 인정이 욕망을 형성하는 핵심 역할을 하게 됩니다. 라캉은 이 욕망의 구조를 '상상계', '상징계', '실재계'라는 세 가지 차원으로 설명합니다.
상상계는 자아의 형성과 관련된 영역이며, 거울단계에서 아이가 타인의 모습을 통해 자아를 인식하게 되는 경험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상징계는 언어와 사회적 규범이 작동하는 차원으로, 인간의 욕망은 이 영역에서 사회적 의미를 부여받게 됩니다. 마지막으로 실재계는 언어로 설명할 수 없는 영역으로, 인간이 결코 도달할 수 없는 진정한 결핍의 자리입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욕망은 항상 채워지지 않는 구조 속에서 반복되며, 인간은 대체물을 통해 그 결핍을 메우려 시도합니다. 이때 소셜 미디어는 그 대체물의 대표적인 형태가 됩니다.
알고리즘은 어떻게 욕망을 이용하는가?
SNS 알고리즘은 사용자의 관심과 클릭 패턴을 분석하여, 가장 흥미로울 만한 콘텐츠를 실시간으로 추천합니다. 이러한 방식은 인간의 기본적인 인지적 특성을 이용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라캉의 욕망 이론을 적용해보면 그보다 훨씬 심오한 기제가 작동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알고리즘은 사용자가 끊임없이 무언가를 ‘더 보고 싶다’는 감정을 유지하도록 설계됩니다. 이는 마치 욕망의 끝없는 순환과도 유사합니다. 사용자는 명확한 목적 없이도 피드(feed)를 스크롤하며, 자신도 모르는 무언가를 찾고 있습니다. 이는 라캉이 말한 ‘결핍된 대상(a)’을 향한 무의식적 추구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또한 SNS는 ‘좋아요’, 댓글, 공유 등의 사회적 피드백 시스템을 통해 타자의 시선을 시각화합니다. 이것은 상징계 속에서 욕망이 어떻게 사회적으로 구성되고 지속되는지를 잘 보여줍니다. 우리는 ‘타인의 인정’을 갈망하며, 그것을 통해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려 합니다. 이러한 욕망의 구조는 알고리즘의 설계 철학과 맞물려 중독성을 강화시킵니다.
왜 우리는 SNS를 멈추지 못할까?
결국 우리는 SNS 속에서 '실재의 결핍'을 대체할 수 있는 이미지와 언어, 타자의 반응을 소비합니다. 이는 욕망의 영원한 순환고리를 만들어내며, 마치 도달할 수 없는 진정한 만족을 향해 계속해서 콘텐츠를 소비하게 됩니다. 라캉은 이런 과정을 '쥬이상스(jouissance)'라는 개념으로 설명합니다. 쥬이상스는 단순한 쾌락이 아닌, 고통을 동반하는 과잉의 만족으로, 인간이 본능적으로 회피하면서도 추구하는 역설적 상태입니다.
SNS 사용은 쾌락을 넘어 고통까지도 내포할 수 있습니다. 너무 많은 시간 소비, 비교로 인한 자존감 저하, 피로감 등이 그것입니다. 하지만 사용자는 이러한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콘텐츠를 소비하고, 더 많은 '좋아요'와 댓글을 갈망합니다. 이는 알고리즘이 욕망의 반복과 좌절을 통해 사용자를 붙잡는 메커니즘을 정교하게 활용하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라캉의 이론은 우리가 단순히 의지가 약해서 SNS에 중독되는 것이 아니라, 구조적으로 욕망이 그렇게 설계되어 있기 때문이라는 점을 강조합니다. 그렇기에 단순한 앱 사용 제한이나 디지털 디톡스로는 문제의 본질을 해결하기 어렵습니다.
라캉의 욕망 이론은 SNS 중독 현상을 단순한 기술적 문제나 개인의 나약함이 아닌, 인간 욕망의 구조적 특성으로 설명합니다. 우리가 SNS에 끌리는 이유는 알고리즘이 우리의 결핍과 인정욕구를 정교하게 자극하기 때문입니다. 중독을 멈추기 위해서는 기술적 해법과 더불어, 자기 자신에 대한 깊은 성찰이 필요합니다. 이제는 스스로의 욕망을 이해하고, SNS 사용에 주체적으로 접근할 때입니다.